태풍 '쁘라삐룬'이 지나간 날,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두둥실 떠다녔다. 오늘은 기필코 멋진 풍경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바쁜 업무로 속만 타들어갔다. 업무를 모두 마치고 시계를 보니 반차를 쓰기에 애매한 시간이 되었다. 할 수 없이 퇴근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퇴근 도장을 찍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다행히도 멋진 구름들이 사라지지 않고 두둥실 떠다닌다. 어디로 갈까? 카메라는 출근할 때 미리 챙겨서 왔다. 어디든 출발하면 되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 댕댕이, 라떼가 눈에 밟힌다. 아내도 오늘 야근이 있다고 해서 늦게 온다고 했다. 라떼를 데리고 나가야겠다 싶어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라떼는 덥고 힘든 여정을 직감했는지 자꾸 피한다. 할 수 없이 라떼를 들쳐안고 밖으로 나왔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바리바리 짐을 싸매고 라떼까지 안고 있으니 등줄기에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그냥 집에서 에어컨이나 시원하게 켜두고 쉬고 있을까? 저 멀리 있는 먹구름이 비라도 뿌리면 낭패인데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멋진 구름을 보고 있자니 망설여진다. 그래! 한번 가보자! 어디든!
먼저 집 앞에 있는 수인선으로 향했다. 오이도 쪽으로 갈까? 아니면 동인천 쪽으로 갈까? 아내가 일하고 있는 동인천 쪽으로 가보자! 야근으로 바쁘겠지만 아내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지 싶어서 동인천행 지하철을 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아있는데 불현듯이 동인천 쪽에 노을 하면 빠질 수 없는 인천 명소가 생각났다. 바로 오늘 소개할 북성포구다. 최근 뉴스에서 북성포구가 곧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0년부터 북성포구에서 나오는 '악취'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청원으로 결국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20년까지 악취 해소와 환경 개선을 위해 갯벌 일부를 매립하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단체, 북성포구 어민과 상인을 비롯한 다른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해수청이 추진해온 북성포구 준설토 매립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인천역으로 향했다.
인천역에 도착하자마자 강아지 전용 가방에서 라떼부터 꺼내줬다. 가방 안에서 답답했을 텐데 얌전히 기다려준 라떼한테 미안한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으로 간식을 건네주었다. 출발이다! 인천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차이나타운 입구가 바로 보인다. 차이나타운 입구를 마주 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인천역 화장실이 있다. 그 앞을 지나 우회전해서 걷다 보면 고가도로 아래로 철로가 보인다. 화물차가 덜컹거리면서 지나가지만 신호등은 켜져 있지 않다. 주위를 잘 살피면서 철로를 건너 상가 단지를 지나가면 대한제분 인천공장 입구가 나온다. 그곳에 북성포구 입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대한제분 인천공장 입구에서 약 400m 걸어가면 북성포구가 나온다. 최근에 북성포구 가는 길에 자전거도로가 새로 생겼으니 따라서 가면 된다. 주변 풍경이 노을이 피오르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멋지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고 있는데 라떼가 빨리 앞으로 가자고 성화다. 저 멀리 많은 사진사들이 벌써부터 삼각대를 펼쳐두고 노을빛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라떼랑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사진을 대강 찍고 벤치에 앉았다. 연신 헉헉대는 라떼한테 물 한 모금을 주고 노을이 피어오르는 북성포구를 바라봤다. 역시 장관이다. 노을이 구름 사이에 10원짜리 동전을 뿌린 듯이 불그스레한 황금색으로 넘실거린다. 라떼는 풍경이 멋지든 말든 더워죽겠다며 집에 가자고 재촉한다. 조그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될까? 해도 안된단다. 우리 엄마 보러 갈까? 하며 라떼를 달래가며 마성의 북성포구를 빠져나왔다.
노을이 필 무렵에는 사진 명소가 되고, 물때가 맞는 주말에는 선상 파시가 열려 이색 명소가 되는 북성포구가 곧 사라진다니 너무 안타깝다. 쉽지 않겠지만 갯벌의 자정능력을 살려서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인천의 대표적인 명소로 남겨지길 바란다.
인천의 숨은 명소
[ 북성포구 ]
인천 중구 북성포길 49
개인적인 평가 ★★★★★
사라질 위기에 처한 노을이 아름다운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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