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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놀이터

인천 개항의 역사와 개항로 핫플레이스

by 라떼파파 201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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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제물포 모두 살기 좋아도 왜인(倭人) 위세에 난 못 살겠네 흥
에구 대구 흥 단둘이만 사자나 에구 대구 흥 성하로다 흥
아리랑 아라랑 아라리오 아라랑 알션 아라리아

- 개항 시절의 <인천아리랑> 中 -

 

 노래 가사만 봐도 느껴집니다. 인천아리랑은 그 시절, 개항기를 헤쳐나가는 인천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어요. 아시다시피 개항기는 한국 역사에서 커다란 격동기입니다. 인천은 이 시기에 주요한 사건을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이양선이 출몰하기 시작하면서 서양과의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졌고 뒤이어 병인양요, 신미양요와 같은 전쟁을 겪었습니다. 운요호 사건으로 인해 맺어진 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은 강제로 개항기를 맞았고 제물포조약으로 인천에는 개항장이 들어섰습니다. 조선을 먹잇감으로 삼은 제국주의 열강들은 인천을 무대로 서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전쟁의 승전국, 일본은 침략 야욕을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인천은 점점 일본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고 식민지적 경제 관계가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개항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일제강점기의 발판이 되었어요.

 

 

▲ 인천개항박물관 ⓒ라떼파파

 

 인천 사람으로서 개항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개항박물관에 찾아갔습니다. 박물관은 1899년에 신축된 석조 건물로 인천 개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되기 전에는 인천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조선은행 인천지점, 한국은행 인천지점, 조달청 인천사무소, 법원 등기소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 인천개항박물관 제1전시실 ⓒ라떼파파

 

 

 제1전시실은 인천개항박물관의 주 전시실입니다. 이곳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새로운 문화 가운데 대표적인 근대 문물을 선정하여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갑문식도크에 대한 영상, 인천항 최초의 해관 기록물, 최초의 군함 양무호와 다목적선 광제호, 대불호텔, 조탕과 관련된 자료를 볼 수 있고 우편제도, 통신제도와 관련된 자료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 인천개항박물관 제2전시실 ⓒ라떼파파

 

 제2전시실은 한국철도사와 관련 자료만을 전시하는 주제전시실입니다. 주로 한국 최초의 철도, 경인철도와 관련된 유물과 자료를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인철도 개통 당시의 기관차 모형, 개통 초기의 승차권, 열차 운행에 필요한 통표와 휴대기, 전호등과 같은 철도분야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 인천개항박물관 제3전시실 ⓒ라떼파파

 

 

 제3전시실은 인천 개항장 일대의 거리풍경과 개항장의 면모를 입체 거리모형을 시청각자료로 연출한 주제전시실입니다. 개항기 시절의 박물관 전경과 개항 전후의 인천항을 모형과 영상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10년대에 촬영된 사진을 토대로 개항기의 박물관 전경을 재현한 그림이 관람객들을 위한 포토존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 인천개항박물관 제4전시실 ⓒ라떼파파

 

 제4전시실은 과거 은행에서 사용한 금고를 보여주는 주제전시실입니다. 이곳은 개항기의 금융기관과 인천 전환국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의 모형과 압인기, 인천 전환국에서 제작된 동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 인천개항박물관 제1전시실 ⓒ라떼파파

 

 마지막 전시실까지 둘러보고 나오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얽혀버렸습니다. 개항 시절의 항구, 철도, 우편, 금융 등을 모두 한자리에서 보다 보니 혼란스러웠어요. 이 어지러움은 분명 개항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도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이처럼 인천의 개항은 갑작스러웠고 전분야에 영향을 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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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중구청 앞 골목 ⓒ라떼파파

 

 적산가옥을 쉽게 볼 수 있는 인천 중구는 공간 자체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먹먹한 공간은 한숨을 내뱉고 싶었나 봐요. 최근에 개항장을 가로지르는 개항로에는 숨길이 트이고 있답니다. 가벼운 한숨을 내쉴 수 있는 문화공간, 카페, 음식점들이 하나둘 개항로에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1. 전구 속에 예술을 담은 카페,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라떼파파

 

▲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라떼파파

 

 

 라이트하우스는 백열전구를 만드는 일광전구 회사가 만든 카페입니다. 카페 건물은 예전 산부인과와 의사 사택을 개조해서 빈티지하고 멋스럽게 꾸며져있습니다. 카페 안에는 전구를 활용한 전시품, 빛을 연구한 예술품, 옛날에 사용했던 병원 소품들로 하나의 문화공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도 있어서 가벼운 시간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2. 맛있는 카레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음식점, 오노고로

▲ 오노고로 ⓒ라떼파파

 

▲ 오노고로 비프토마토커리 ⓒ라떼파파

 

 

 오노고로는 안주를 판매하는 이자카야이면서 가성비 좋은 카레도 판매하는 일식당입니다. 식당 이름은 일본의 창세신화에서 나오는 태초의 일본섬을 뜻한다고 하네요. 개항로에 또다시 일본이라니! 가슴속 깊이 울분이 올라오지만 카레 한입에 다시 내려갑니다. 소고기와 토마토가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 "비프토마토커리"와 닭다리살과 시금치의 풍미를 얹은 "치킨크림커리"가 참 맛있더군요.

 

 

 

3. 시각예술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전시공간, 플레이스막

▲ 플레이스막 ⓒ라떼파파

 

 

 플레이스막은 시각예술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개관한 전시공간입니다. 전시공간 건물은 1960년대 양장점의 벽돌, 천장, 계단과 같은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개조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갤러리들과는 다르게 거칠고 이색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예술 전시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 개항로 인기카페 브라운핸즈 ⓒ라떼파파

 

 이처럼 개항로에는 다양한 문화공간, 카페,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활기가 넘쳐 보입니다. 하지만 개항의 역사를 살펴보고 개항로를 다시 찾아오니 다르게 보이네요. 그전에는 그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보였는데 말이죠.

 

 

▲ 오픈 준비 중인 개항면 ⓒ라떼파파

 

 개항로에는 옛것과 새것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합니다. 최근에 민간사업가들이 개항장 프로젝트라는 도시재생의 명목하에 그 경계를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쇠락하고 노후화된 지역에 풀린 자본은 원주민들의 삶과 터전을 갉아먹는 투기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 변화하는 개항로 일대 ⓒ라떼파파

 

 어찌 보면 개항로에 다시 개항기가 찾아온 셈이에요. 외부의 자본이 들어와서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있으니 제2의 개항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개항이 되었다고 기뻐하기만 하면 안 됩니다. 그 이면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어요. 개항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여러분들과 주민들의 힘으로 불필요한 거품을 걷어내고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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